웃기는 얘기 하나 들어볼래? 그러니까 누구나 마스베이션을 하고나면, 조금은 나른해지기 마련이잖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어느 더운 여름 그렇게 나른한 기분에 취해서, 또 조금은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며 생각하게 되었지. 어째서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성욕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DNA를 재생산하여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어째서 이런 번거로운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가. 문득 화가 나더라?

그냥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화가 났어. 나는 왜 태어났을까. 신은, 혹은 존재는, 혹은 우주는 왜 나를 창조한 것일까. 성욕 따위를 심어놓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래서 밥을 안 먹었지. 일주일 동안 굶으며 생각한 거야. 내가 태어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답이 없단 생각이 들면 죽으려고 했었어. 대단하지. 죽겠다 마음 먹으니 일주일 동안 발기도 되지 않더라구.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이었나봐.  

그러던 어느날, 나는 환영을 보았는데 말이야. 너무나 생생한 이미지라서 나는 지금도 그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가 있어. 들어봐. 그것은 있지, 별도 없이 캄캄한 우주 한가운데, 거대하고 둥그런 유가 떠있고, 그 안으로 길다란 바늘 같은 무의 삼각형이 아주 천천히, 천천히 귀속되는 장면이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유와 무가 하나가 되는, 그런 순간. 나는 왜 무에서 유가 되었을까, 골몰했는데 실은 아니었던 거야. 무는 관념이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래부터 계속 존재해왔던 거야. 사라지지 않고, 다만 변할 뿐이지.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아주 거대한 구가 폭발해 우주와 세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뜻이야.

이해할 수 있겠니? 나는 창조되지 않았어. 그냥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세포, 무기질, 이름 없는 티끌에서 시작하여, 다시 아들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의 이름 없는 티끌로 나는 존재하고 있을 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티끌이라고 규정할 수도 없어. 티끌이 아닌, 세계가 하나. 순간 우주가 폭발하던 그 순간이,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스치고 지나갔어. 그리곤 아, 성욕쯤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누군가 내 삶을 갈취하려던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렇게 존재하여 왔구나, 나름 수긍하게 되었나고나 할까.

웃기지. 그런데 말이야... 요즘엔 다시, 성욕 따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그런 거 아무래도 번거로우니까 말이지. 나의 청춘에 성욕 따위가 없었다면, 나는 집착하지 않고 누군가를, 조금은 더 진실되게 그리워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조금은 더 가볍게 살아올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런 생각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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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Beatmania의 느낌

    Tracked from emptyframe's me2DAY 2008/08/26 04:38  delete

    웃기는 얘기. "나의 청춘에 성욕 따위가 없었다면, 나는 집착하지 않고 누군가를, 조금은 더 진실되게 그리워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랑은 사랑만으로 만족할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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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Vey 2008/08/16 11: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성욕따위... 정말 번거롭군요-_-

  2. 데굴대굴 2008/08/16 12: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책 '이기적 유전자'를 권해드립니다. -_-a

    • 사춘기 소년 2008/08/16 12:30  address  modify / delete

      데굴대굴님 안녕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유전자에 진짜 관심이 많긴 했나봐요. 이기적 유전자, 이타적 유전자, DNA 독트린, 풀하우스 등등....어? 이기적 유전자 어디 있을 텐데? 하면서 책장을 올려다보곤, 순간 놀라고 말았딥니다...;;;

  3. finicky 2008/08/16 12: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성욕이 저를 지배하고 있을 뿐더러, 이 세상의 룰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침잠해 들어가신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결국 자신이 먼지나 물방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성욕이라는 것도 별개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겠지 말이예요.

    • 사춘기 소년 2008/08/17 07:06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finicky님- finicky님 볼 때마다 은근, 아 타향살이...밥은 잘 드시고 계실까, 하는 생각 들던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나봐요? ㅎㅎㅎㅎ 걱정해주는 사람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성욕은 음. 아, 뭐 때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는 거예요. 번거롭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요. 가만 두면 가만 있는 것을, 애써 건드릴 필욘 없잖아요. ㅎ

  4. joey 2008/08/17 04: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여자라서 그런지 남자들의 성욕에 대해서 이해가 잘 안가더군요
    어느정도까지 가능하고 컨트롤 하는지......
    의식주중에...남자들은...이 부분도 포함된다고....
    그러나...사랑하는 사람과의.해소가 있따면..
    인간이고 건강하기에 나타나는 한 증후라고 생각되어지지않을까요
    즉.결혼을 하십시오.ㅋㅋㅋ
    그럼...인간이고.한 남자가 되는것일테니까요
    좀 도덕적인 이야기라서 죄송합니다.

    • 사춘기 소년 2008/08/17 07:11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ㅋ

      사실 성욕에 대한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다들 음....ㅎ 여자라서 남자들의 성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길 듣고는 굉장히 신기했어요. 여자의 성욕과 남자의 성욕은 달라요? 그쵸, 아마 다를 텐데.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사실 이거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텐데. 어쩌면 나의 모든 과거사를 푸는 열쇠일지도 모르겠어요. ㅋ

  5. 권대리 2008/08/17 1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성과 관련된 담론은 펀펀데이님과 함께~ㅎㅎ

    웃기는 얘기라고 적으셨지만, 왠지 어느 고요한 사찰 같은곳에서 명상에 잠기면서
    작성한 글같아요..ㅋㅋ

    그냥 웃자고 쓴 댓글이었어요! ^^
    주말 잘보내고 계신가요? ㅎㅎ

    • 사춘기 소년 2008/08/18 15:17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권대리님- 에고, 가을이 되니까 저도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권대리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블로그 하시는 거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데, 살짝 좌절하곤 한답니다. ㅎ

      조만간 새로운 소식 알려드릴 게요. 오늘도 열심히 화이팅입니다. ㅋ

  6. Lydia_ 2008/08/17 12: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욕구라는 것은 번거로워요.
    성욕이든 식욕, 물욕이든.
    그게 없으면 푸릇푸릇하고 멋진 인간이 될 수 있을거 같은데
    그런것들이 왜 생겨나는지.

    진실로 난 돈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사실 성욕은,...음...

    • 사춘기 소년 2008/08/18 15:19  address  modify / delete

      응응? 리디아님 말줄임표, 은근 호기심을 자극하잖아요. ㅎ

      돈 없는 세상이라면, 아,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긴 한데요. 진짜로 요즘은 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벌까, 그 생각밖에 안해요. ㅋㅋㅋㅋ 나도 진짜 푸릇푸릇, 가볍게 살고 싶은데. 혹은 여유 있게 독서를 즐기며....그런데 역시 환경이 허락하질 않네요;;;

  7. 불닭 2008/08/17 23: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돈욕심이 강합니다. ㅋㅋ

  8. 빛나요 2008/08/18 00: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춘기 소년님은 근성이 있다는거! 인정+존경!!!

    • 사춘기 소년 2008/08/18 15:22  address  modify / delete

      에엣? 근성은 무슨... 저는요, 진짜로 근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인간인 걸요. 꿈도 많고, 때론 아이디어도 반짝반짝하지만, 결국엔 근성 부족으로....ㅋ 길러야 해요. 막 악바리처럼.

  9. Northkite 2008/08/18 1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온김에,댓글 하나 ^^

  10. Jocelyn 2008/08/20 09: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성욕은 좋은 거라구요.....;

  11. ラナ 2008/08/21 17: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스베이션은 모르지만...
    요즘 정신과 가설에서는 사람의 본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폭력, 섹스로 나누는데...
    폭력의 결론은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거고...
    섹스의 결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하는거예요....

    어쩜 본능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지 않을까요?ㅋㅋ

    • 사춘기 소년 2008/08/22 17:19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가? 죽이고 싶다는 게요. 사랑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일반인?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얘기는 언뜻 들어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에.....그런 거 초큼 복잡한 문제잖아요.

  12. Raylene 2008/08/22 02: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 위위위 댓글 보고 용기내서 도장쾅!

    • 사춘기 소년 2008/08/22 17:23  address  modify / delete

      레이님, 동면은 잘 하고 계신가요- 저야말로 요즘 포스팅이 넘흐 뜸하네요. ㅎ 요즘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요...T.T

  13. elyu 2008/08/22 21: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스스로 성욕이든 물욕이든 별로 없는 담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갑자기 권력을 가지고 싶어졌어요-_-권력이 없으면 당할 뿐이에요~우잉 T_T

    • 사춘기 소년 2008/08/26 07:27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elyu님. 제가 요즘 넘흐 정신이 없다보니 답글이 늦었네요. 바리스타 시작하신 거죠? 잘 하고 계시나요- ㅎ 저도 조만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 때가 되면 조심스럽게 알려드리도록 할 게요...T.T 그동안 화이팅!

  14. 엔즐군 2008/08/23 04: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성욕이 번거로워지셨군요..ㅋㅋ
    생명체를 정의하는 특징 중의 하나가 번식을 통한 연속성의 추구인데...
    설마 사춘기 소년님은 생명체의 영역을 벗어나버리신 겁니까... 설마 신세계의 신이...ㅋㅋ

    • 사춘기 소년 2008/08/26 07:28  address  modify / delete

      성욕이라는 게 있잖아요......정말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거라서, 어떤 날엔 번거롭다가도 어떤 날엔 그냥 몸을 맡기곤 한답니다. ㅋㅋㅋㅋ 영역을 벗어나긴요, 완전 안주하고 있어요...

  15. Beatmania 2008/08/26 04: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성욕은 청춘의 덫, 아님 증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한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군요. 아마, 이 시절이 지나고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 노년이 오면 많이 그리워 할지도.

    • 사춘기 소년 2008/08/26 07:30  address  modify / delete

      나이가 들면 성욕이 감퇴한대요...물론 노년의 섹스 라이프도 있겠지만, 응....성욕이 감퇴하다니 그런 거,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거나, 뭐 그런 느낌일까요?

  16. 케로베로스826 2008/08/27 0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때 느껴지는 환멸.. 공감가기도 해요. 혹, 버려지는 유전자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봐 이런일엔 이런기분이야. 둘이서 맺는 관계와는 차원이 틀린 짓이라구. 니가 지금 몇분동안 땀흘린 결과가 고작 이런느낌을 얻기 위한 거 였다구. 라는 식의..